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를 4억 6천만 원에 팔기로 한 임대인 한 씨와 매수인 서 씨는 중개사 정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매매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계약금 4,600만 원은 다음 날 보내기로 했고, 서 씨는 이체지시서를 봉투에 넣어 정 대표에게 맡겼지만 한 씨의 계좌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한 씨는 매매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정 대표에게 알렸고, 정 대표는 서 씨에게 그 뜻을 전했습니다.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인이 계약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효력이 있을까요?
민법 제565조는 계약 당시 계약금이 교부된 경우를 전제로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다룹니다. 법원은 계약금 지급을 약속했더라도 실제로 돈이 건네지거나 그에 준하는 이익이 매도인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면, 계약금 약정은 아직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계약금 지급 전에는 어느 한쪽이 계약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수 있고, 매수인이 미지급 계약금을 내야 하거나 매도인이 약정액의 두 배를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 작성만으로 계약금까지 지급된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는 이체지시서가 중개사에게 맡겨졌을 뿐 매도인에게 전달된 돈이나 그에 준하는 이익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계약금이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이 해제 의사를 밝혔으므로, 약정한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할 의무도 없습니다.
참고: 민법 제565조; 서울고등법원 2007. 9. 20. 선고 2006나10755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