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작은 상가를 운영하는 정 씨는 시세 3억 2천만 원짜리 건물 한 채만 가진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정 씨는 새로 돈을 빌리며 박 씨에게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빌린 돈 9천만 원 가운데 5천만 원은 선순위 근저당권자에게 갚았지만 나머지는 다른 급한 지출에 썼습니다. 정 씨의 다른 채권자 이 씨는 새 근저당권 설정 전부를 취소할 수 있는지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설정한 후순위 근저당권을 전부 취소하고 말소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재산권에 관한 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이익을 받은 사람이 당시 선의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부동산에 특정 채권자를 위한 담보를 설정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선의였다고 주장하는 쪽이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로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당사자의 말이나 막연한 추측만으로 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부동산에 이미 설정된 선순위 담보의 피담보채권은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는 선순위 채무를 갚는 데 실제 쓰인 5천만 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고, 그 변제와 무관한 나머지 부분만 취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 설정계약 중 일부만 사해행위라면, 원칙적인 회복 방법은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후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줄이는 변경등기입니다. 다만 등기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끼어 있어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면, 가액배상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씨는 후순위 근저당권 전부가 아니라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일부의 취소와 그에 맞춘 회복을 청구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406조 제1항;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다5710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3081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33357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362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