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내읍에서 농기계 부품을 납품하는 박정훈 씨는 거래처 대표 이도현 씨에게 받을 물품대금 5,500만 원이 밀렸고, 이 씨에게는 은행 대출금 3,500만 원도 있었습니다. 이 씨는 시가 1억 4,000만 원의 작업장 부지와 건물을 아내 최은주 씨에게 증여한 뒤, 6주 후 아파트를 아들 이민재 씨에게 증여했습니다. 첫 증여 직후 이 씨에게 남은 아파트와 임야의 시가는 합계 1억 3,000만 원이었고, 박 씨는 아내에게 넘긴 작업장 부지와 건물의 증여부터 취소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뒤이어 다른 재산도 증여했더라도, 첫 증여 당시 남은 재산이 빚보다 많았다면 아내에게 한 증여를 사해행위로 취소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406조 제1항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면서 재산을 처분한 경우 채권자는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증자가 그 행위 당시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예외가 될 수 있고, 취소 범위도 채권을 구제하는 데 필요한 한도로 제한됩니다.
여러 번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각 처분은 원칙적으로 각각 따져 그 행위 때문에 채무자의 재산이 빚보다 부족해졌는지를 살핍니다. 상대방이 다르고 시간 간격이 있으며 하나의 계획이나 같은 기회에서 이뤄졌다는 사정이 없다면 처분들을 한꺼번에 묶어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 시간적 근접성, 당사자 관계, 처분 동기와 기회 등을 볼 때 하나의 행위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전체를 함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첫 증여 직후 남은 재산이 1억 3,000만 원이고 채무는 9,000만 원이므로, 제시된 사정만으로는 그 증여 때문에 채무초과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내에게 한 첫 증여만을 사해행위로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다만 뒤이은 아파트 증여는 그 시점의 재산과 채무를 기준으로 별도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부동산 가액은 원칙적으로 처분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취소 범위 역시 채권 구제에 필요한 범위를 넘을 수 없습니다.
연속된 증여라는 이유만으로 한꺼번에 취소되는 것은 아니며, 문제 된 증여 당시의 재산 상태가 핵심입니다.
참고: 민법 제406조 제1항;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23857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852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15387 판결;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343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