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시 다온시에서 상가를 짓던 임대인 강민서 씨는 원도급업체 대표 오태준 씨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멈추자, 하도급업체를 운영하는 윤서진 씨와 현장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세 사람은 윤 씨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고, 윤 씨가 시공한 부분의 대금은 강 씨가 직접 지급하며 오 씨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 강 씨는 대금을 오 씨에게만 주겠다고 해 윤 씨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런 합의가 있었다면 하도급업체는 건축주에게 공사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을까요?
세 사람의 합의가 단순히 건축주가 하도급업체에 대신 지급한다는 약속인지, 원도급업체가 건축주에게 받을 공사대금채권을 하도급업체에 넘기고 건축주가 이를 받아들인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공사가 중단된 뒤 건축주·원도급업체·하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고 원도급업체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실질적으로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하고 건축주가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합의 내용이 이와 같다면 하도급업체는 건축주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법」 제450조에 따르면 채권양도는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해야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압류채권자 등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확정일자 있는 증서가 필요합니다. 또 합의가 실제 시공한 범위의 대금만 직접 지급한다는 취지라면, 압류 통지 전 실제 시공 여부와 기성고가 대항 가능 범위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 임금으로 직접 지급하기로 한 약정도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변이 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으므로, 합의의 문구와 지급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합의서에 ‘직접 지급’이라고 적혀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채권을 넘기기로 한 합의인지와 제3자에게 대항할 요건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450조; 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34812 판결;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 대법원 2000. 5. 30. 선고 2000다2443 판결 [공보불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