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공장 건물에는 먼저 새길은행의 1순위 근저당권, 뒤이어 미래캐피탈의 2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한울기계가 대출이자를 밀리고 세금 체납으로 부지까지 압류된 뒤, 미래캐피탈은 한울기계와 공장 일부를 이례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빌리는 계약을 맺고 그 공간을 점유했습니다. 새길은행이 경매를 신청하자 미래캐피탈은 유치권을 신고하며 건물을 비워주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뒤 채무자의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 점유를 시작한 채권자도 경매에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유치권이 인정되면 경매 매수인도 채권을 갚아 유치권을 없애기 전에는 목적물을 넘겨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치권은 근저당권보다 뒤에 생겼더라도 실제로는 선순위 담보권처럼 작동해 다른 담보권자의 회수 가능성을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모든 유치권 행사를 일률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채무자가 이미 재정적으로 매우 곤란하고 목적물에 기존 담보권도 설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자기 채권을 우선 변제받으려는 목적으로 유치권 성립 요건을 갖추는 거래를 만들고 점유까지 시작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순위 담보권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이자 연체와 세금 체납, 선순위 근저당권의 존재, 임대료가 통상보다 현저히 낮았는지, 경매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점유를 시작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런 사정만으로 결론이 자동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치권을 선순위 담보처럼 이용하려는 의도와 경위가 드러난다면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유치권 신고만으로 선순위 담보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8429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