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외곽의 과수원 한쪽 430㎡를 사들인 혜진 씨는 그 땅을 9년째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서 땅을 사용하던 민호 씨는 장 씨에게서 땅을 샀다고 했지만, 등기부에는 이미 고인이 된 한 씨와 그 상속인들이 소유자로 올라 있었습니다. 혜진 씨는 민호 씨의 점유기간 13년까지 합쳐 20년이 넘었다며 취득시효를 주장하려 합니다.
민호 씨가 등기명의인이나 상속인이 아닌 장 씨에게서 땅을 샀더라도, 그 점유를 소유의 의사로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개적으로 점유하면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점유를 시작한 경위와 당사자들의 행동 등을 볼 때 소유자라면 보통 하지 않을 태도를 보였거나, 애초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무단으로 점유한 사정이 드러나면 그 추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점유자의 속마음만이 아니라 점유를 시작한 권원과 객관적인 사정입니다. 그러나 매도인이 등기명의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매수인의 점유가 곧바로 타주점유가 되거나 소유의 의사가 없었다는 추정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고도 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타주점유라고 주장하며 취득시효를 다투는 쪽이 그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민호 씨가 장 씨에게서 샀다는 사실만으로 민호 씨의 점유가 자주점유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 점유기간을 합산해 20년을 넘겼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며, 점유 경위와 권한 없음에 대한 인식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함께 살펴집니다.
참고: 민법 제245조 제1항, 민법 제197조 제1항;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6699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2553 판결; 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