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외곽의 빈 땅을 매입해 주택사업을 추진하던 새봄개발 대표 문태호는 토지주 윤정희와 4억 8천만 원에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 4천8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사업승인이 늦어지자 두 사람은 매매대금을 5억 1천만 원으로 조정하고 중도금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잔금 기일을 미뤘으며, 새 기일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기하기로 특약을 두었습니다. 승인은 끝내 나지 않았고 문 대표가 연장된 잔금 기일도 지키지 못하자 윤 씨는 계약을 해제했습니다. 문 대표는 현장에 남은 측량 말뚝을 바라보며 이미 낸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잔금 지급을 못 해 계약이 해제된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포기하기로 한 약정이 과도하다며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약정이 지나치게 크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가 적었거나 예정액이 실제 손해보다 많다는 사정만으로 감액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와 계약 목적, 약정이 만들어진 경위와 거래 관행 등을 두루 살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주어 공정성을 잃는 수준인지 판단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의 합계가 매매대금의 약 32.9%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렇더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회사가 토지주보다 경제적 약자라고 보기 어렵고, 사업승인 지연이나 수익성 악화는 사업자가 부담할 위험일 수 있습니다.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받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사정까지 고려하면, 약정이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낸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결론은 계약 내용과 해제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민법 제398조 제2항;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사업 일정이 틀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몰취 약정의 효력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