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16년째 일하는 이 씨는 지인의 포장재 사업 대출에 보증을 섰다가, 사업이 접히면서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았습니다. 퇴근길 공장 출입구에서 파산 신청 서류를 든 이 씨는 회사 인사규정에 적힌 ‘파산 후 복권되지 않은 사람은 당연퇴직’이라는 문구를 다시 읽고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파산을 신청하면 일자리까지 잃을까 봐 신청을 미뤄 온 것입니다.
회사의 인사규정에 파산자의 당연퇴직 조항이 있으면, 파산선고만으로 근로관계가 끝날까요?
법률이 특정 자격이나 직무에 파산선고를 결격·취소 사유로 정해 둔 경우와, 회사가 자체 인사규정으로 퇴직 사유를 정한 경우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사규에 근거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 소개된 하급심 판결의 취지입니다.
또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파산절차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상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규상 파산자 당연퇴직 조항이 근로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이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해당 해고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하급심 판결이므로 구체적인 직무와 규정, 해고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사규에 파산자 당연퇴직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당연히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실제로 퇴직 처리한다면 해고무효확인소송이나 지방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로 다툴 수 있습니다.
참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제32조의2, 「근로기준법」제23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14. 선고 2006가합1795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