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외곽의 물류창고 부지를 산 박 씨는 바닥을 고치려고 굴착하던 중 땅속에서 폐기물 더미를 발견했습니다. 정화업체에 맡겨 오염토양을 걷어내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모두 1억 원가량을 썼고, 옛 항공사진과 공사기록에서는 전 소유자 정 씨가 부지를 야적장으로 쓰던 무렵 폐기물이 묻힌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박 씨에게 땅을 판 최 씨는 “나도 몰랐으니 전 주인에게 따져 보라”고 합니다.
박 씨는 매도인 최 씨뿐 아니라 전 소유자 정 씨에게도 정화·처리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박 씨가 폐기물 매립 사실을 알지 못했고, 주의했더라도 알아채기 어려웠다면 매도인 최 씨에게 민법 제580조 제1항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최 씨가 하자 있는 토지를 인도한 것은 계약상 의무의 불완전이행으로 볼 수 있어,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배제 합의가 없는 한 두 책임이 경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 씨와 박 씨 사이에는 매매계약이 없으므로, 박 씨가 정 씨에게 하자담보책임이나 채무불이행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오염을 일으킨 뒤 정화하지 않은 토지를 거래해 유통시킨 행위가 제3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여기서 제3자에는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 소유자도 포함되므로, 정 씨의 오염 유발 행위와 책임이 입증된다면 박 씨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정화비용과 폐기물 처리비용도 손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매도인에게는 계약상 책임을, 전 소유자에게는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
참고: 민법 제580조 제1항, 민법 제390조, 민법 제750조, 2015다215717, 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전원합의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