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들샘군에서 맹지인 밭을 가진 최 씨는 이웃 한 씨의 빈 땅 서쪽을 통과하는 길을 법원에서 확정받았습니다. 몇 년 뒤 한 씨가 그 땅에 비닐하우스를 세우면서 기존 통행로가 작업 공간을 가로지르게 됐고, 북쪽 경계에는 새로 자갈을 깐 좁은 통로가 생겼습니다. 최 씨는 북쪽 길이 양쪽 토지에 부담을 덜 줄 수 있다고 보고 한 씨와 협의했지만, 합의가 안 되자 다시 법원에 판단을 구했습니다.
이미 판결로 정해진 통행로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 다시 소송해 변경할 수 있을까요?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로가 언제나 한 장소에 고정되는 권리는 아닙니다. 토지의 현황이나 이용 방법이 달라져 기존 길보다 이웃에게 손해가 적은 다른 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확정판결 뒤 통행로의 전제가 된 사정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통행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아 다시 소송하더라도, 사정변경을 다투는 소송은 기존 판결의 효력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기존 판결이 있다고 해서 통행로 변경을 위한 재소가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순히 더 편한 길을 원한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며, 토지 이용 변화와 각 경로가 당사자에게 주는 손해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219조, 2004. 5. 13. 선고 2004다10268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