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단계동의 다세대주택을 보러 간 박서윤 씨는 등기부에서 기존 전세권과 전세권부 근저당권을 확인했습니다.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던 박 씨는 임대인 윤태호 씨에게 보증금 지급 후 열흘 안에 권리들을 말소해 달라고 요구했고, 윤 씨는 그 내용을 특약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기한이 지나도 등기는 그대로였고, 계약서에 적힌 일반적인 서면 최고 절차도 밟지 않은 박 씨는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등기 말소 특약을 지키지 않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판결은 특약의 이름보다 그 약속이 계약 체결의 핵심 조건이었는지를 살폈습니다. 임차인이 기존 권리의 위험을 알고 말소를 요구했고,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여 특약으로 정했다면 말소 의무는 단순한 부수 의무가 아니라 계약의 주된 의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이 사례처럼 말소 약속이 계약의 중요한 전제였고 임대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이른 경우라면, 임차인은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정한 서면 최고에 따른 해제와 판결이 인정한 주된 의무 불이행에 따른 해제는 구별해야 합니다. 말소 특약이 계약의 핵심 조건이었다면, 불이행은 계약 해제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대전지방법원 2014. 5. 23. 선고 2014나7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