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소형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강 대표는 회사와 본인 명의의 대출한도가 꽉 차자 직원 이 대리와 오 사원에게 채무자 명의를 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두 직원은 동의해 대출계약서에 채무자로 서명했고, 강 대표는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대출기관 담당자도 실제 돈이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직원들은 명의만 빌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출금 상환이 늦어지자 직원들에게도 변제를 요구했습니다.
대출기관이 직원들의 명의대여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직원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될까요?
민법 제107조 제1항은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라도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108조 제1항은 상대방과 짜고 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출받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채무자 명의를 빌려준 경우, 그 사정만으로 명의대여자에게 채무를 부담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설령 진의와 다른 표시였더라도, 대출기관이 명의를 빌려줬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직원들이 아예 채무를 질 생각이 없었다는 점까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대출계약의 채무자로 서명했다면, 실제 돈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출기관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변제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민법 제107조 제1항, 민법 제108조 제1항, 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818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