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외곽에서 과수원을 가꾸던 한서윤 씨는 20년 넘게 사용해 온 땅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자 이도현 씨에게 이전등기를 요구했습니다. 도현 씨는 서윤 씨의 요구를 담은 우편을 받은 뒤 시효취득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을 정민석 씨에게 팔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서윤 씨는 땅을 돌려받기 어려워지자 도현 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소유자가 취득시효 완성 사실을 알고도 제3자에게 땅을 넘겼다면, 시효취득을 주장한 사람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요?
부동산 소유자가 상대방의 시효취득 사실과 그 경위를 알고 있는데도 제3자에게 땅을 넘겨 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시효취득자의 이전등기청구를 피하려는 처분이라면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처분으로 시효취득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소유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땅을 제3자에게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자가 시효취득 사실을 알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취득시효가 완성됐더라도 권리자가 이를 주장하거나 이전등기를 청구하기 전이라면, 특별한 사정 없이 소유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소유자가 점유자에게 땅을 비워 달라고 소송을 냈다는 사정이나, 점유자가 그 소송에서 시효취득을 주장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유자의 인식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시효취득을 주장한 반소가 1심에서 기각된 경우에도 소유자가 이를 알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소유자가 시효취득을 알았다는 점이 확인되고, 그 뒤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해 주어 시효취득자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처분 시점에 소유자가 시효취득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참고: 대법원 1989.04.11. 선고 88다카8217 판결, 대법원 1994.4.12. 선고 93다60779 판결, 대법원 1995.07.11. 선고 94다450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