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다온빌라에 보증금 2,000만 원으로 입주하려던 박소라는 임대인 이정호 씨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와 보증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빌라 현관에서 중개사 김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씨는 계약을 끝내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위약금 500만 원을 공제하고 1,500만 원만 돌려주겠다는 답변서를 건넸습니다. 박 씨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 대표는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이 씨가 계약 종료에는 동의한다고 했으니, 보증금 차액을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만 남기고 계약은 합의해제된 걸까요?
합의해제는 계약을 끝내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입니다. 그러려면 한쪽의 제안에 상대방이 같은 내용으로 동의해야 하며, 양쪽 의사가 객관적으로 일치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에 관한 약정이 반드시 있어야 합의해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대차에서 이미 받은 보증금을 어떻게 돌려줄지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않은 채 계약만 끝내기로 했다고 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판례의 취지입니다.
이 사례처럼 임대인이 보증금 전액 반환 제안에 그대로 동의하지 않고 일부를 공제하겠다고 했다면, 이는 원래 제안을 수락한 것이 아니라 공제 조건을 붙인 새로운 제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계약이 합의해제되고 손해배상 문제만 남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계약 종료에 이의가 없다고 말했더라도, 보증금 반환 조건까지 합의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92.6.23. 선고 92다4130,92다414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