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가람시의 오래된 상가 건물과 그 땅은 처음에 한 사장 소유였습니다. 한 사장은 땅에 서 대표를 위한 가등기를 해 둔 뒤 건물만 강 씨에게 팔았고, 이후 서 대표가 땅 소유권을 넘겨받았습니다. 건물을 계속 쓰려던 강 씨는 서 대표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 임대차계약을 맺었지만, 월세를 6개월 밀린 뒤 계약 해지 통지를 받았습니다.
강 씨는 이제 와서 임대차계약을 부정하고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았다가 매매 등으로 달라지고, 건물을 철거하기로 한 약정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건물 소유자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같은 소유자였을 필요는 없고, 토지나 건물 중 하나가 처분될 당시 두 부동산이 한 사람 소유였으면 됩니다. 강 씨가 건물을 살 때 땅 소유권은 여전히 한 사장에게 있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땅에 먼저 설정된 가등기도 결론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가등기는 나중에 할 본등기의 순위를 보전할 뿐, 본등기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 자체가 가등기 시점으로 앞당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지상권은 등기 없이도 성립할 수 있고, 성립 당시 건물 소유자는 이후 땅을 취득한 사람에게도 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토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면, 판례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취지는 별도 약정이 없을 때 건물 소유자가 땅을 계속 사용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는 데 있는데, 토지 사용에 관한 계약을 따로 맺었다면 그럴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법률을 잘 몰라 법정지상권이 있는 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포기를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강 씨가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계약 효력을 부정하며 법정지상권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참고: 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다40080 판결;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다41771, 41788 판결;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다9075, 9082 판결;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21258 판결; 대법원 1982. 6. 22. 선고 81다1298, 1299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3984 판결; 민법 제18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