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외곽 물류센터에 맞춤형 화물용 승강기를 설치하던 제작업체 대표 강태오 씨는 발주사인 세림물류가 계약금 일부와 중도금을 주지 않자 공사를 멈췄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 승강기 소유권을 제작업체가 갖는다고 적혀 있었지만, 중도금 지급일은 별도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강 씨가 미수금을 받으려고 소송을 낸 것은 지급기일로부터 6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승강기 소유권을 제작업체가 계속 보유했다면, 발주사의 대금 지급 의무에 관한 소멸시효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걸까요?
주문자의 필요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계약은 제작 과정에서는 도급, 물건 공급에서는 매매의 성격을 함께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주문 제작한 물건의 제작과 설치가 계약의 주된 목적이라면 도급의 성질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승강기 제작·설치 계약의 대금이 매매대금과 설치대금으로 나뉘지 않고 총액으로 정해졌으며, 계약금과 중도금의 지급 시기도 승강기 소유권 취득 시점과 무관하게 정해졌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이런 계약에서는 소유권 유보 약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금 중 일부의 소멸시효가 승강기 소유권 이전 때까지 미뤄진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사례처럼 지급기일 후 6년이 지나 청구했다면, 원문이 든 공사대금채권의 3년 또는 상사소멸시효 5년이 이미 지났다는 이유로 청구가 배척될 수 있습니다.
소유권 유보 약정과 대금채권의 시효 진행은 계약을 매매와 도급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하는지와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유권을 보유했다는 사정만으로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566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