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1층 꽃집을 운영하는 한서연 씨는 위층 배관이 터지면서 매장 바닥과 냉장 쇼케이스, 꽃 재고가 물에 젖어 한동안 정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임대인 장민호 씨는 같은 건물 3층의 빈 사무실을 임시로 내주었고, 서연 씨는 그곳에서 예약 주문을 받기 시작했지만 지나가는 손님은 크게 줄었습니다. 서연 씨가 차임 전액 지급을 거부하자, 장 씨는 다른 공간에서라도 영업하고 있으니 월세를 모두 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대체 공간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면, 임차인은 기존 점포의 차임을 전부 거절할 수 있을까요?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한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임차인은 그에 대응해 차임을 지급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면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지만, 일부 사용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그 지장의 범위에서만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체 공간이 제공됐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점포의 사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임대차의 목적, 그 장소를 선택한 경위, 실제로 어느 정도 영업이 가능한지 등을 살펴 부분적인 지장인지 사용·수익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영업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차임 전액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다카13332, 13349 판결;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