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상가를 짓던 서진건설의 최 씨는 한결승강기와 건물 규격에 맞춘 승강기 3대의 제작·설치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과 착공 때 지급하기로 한 중도금 대부분을 받지 못한 한결승강기는 설치를 거의 마친 뒤 자재를 현장에 남기고 철수했고, 최 씨는 설계변경으로 승강기를 더는 설치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몇 년 뒤 한결승강기가 공사대금을 청구하자 최 씨는 시운전이 없었다거나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맞섰습니다.
맞춤 승강기의 시운전과 설치가 끝나지 않았어도 약정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받을 수 있을까요?
주문자 건물에 맞춰 제작하는 승강기는 다른 곳에 그대로 쓸 수 있는 물건과 다릅니다. 제작뿐 아니라 설치까지 계약의 중심이므로, 이 계약은 도급의 성질을 띠는 제작물공급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금과 중도금의 지급일을 계약 체결일과 착공일로 정했다면, 그 약정에 따라 각 대금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합니다. 승강기의 시운전이나 소유권 이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금채권의 시효가 미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서 제작비와 설치비를 따로 나누지 않았다면 승강기 물품대금에 해당하는 몫만 떼어 시효를 따로 계산하기도 어렵습니다.
공사에 관한 채권에는 민법 제163조 제3호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뿐 아니라 공사에 부수되는 채권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급을 최고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시효가 계속 멈추는 것은 아니므로, 정해진 기간 안에 소송 등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지급 최고 뒤 상당한 기간이 지나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계약금·중도금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는 판단이 가능하고, 최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맞춤 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금채권의 시효가 늦춰지지는 않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6.10.13.선고 2004다21862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56685 판결; 대법원 1987.6.23.선고 86다카2549판결; 민법 제163조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