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의 작은 과수원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중학생 민준이는 자기 몫인 2분의 1 지분이 한때 이모 수진 씨 앞으로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 혜진 씨는 민준이의 법정대리인으로 이모에게 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그 지분을 민준이가 아닌 본인 명의로 등기했습니다. 얼마 뒤 세무서는 이를 민준이가 어머니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민준이에게 증여세 연대납부의무자 지정통지를 보냈습니다.
미성년자 몫의 지분이 어머니 앞으로 등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담시킬 수 있을까요?
증여세를 낼 사람이 납부 능력이 없고, 그 사람의 재산을 압류해도 세금을 거두기 어렵다면 법은 증여자에게 증여세 연대납부의무를 지울 수 있습니다. 다만 그에 앞서 실제로 과세할 수 있는 증여가 있었는지가 확인돼야 합니다.
민법은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를 할 때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재산을 자녀에게 돌려놓아야 할 부모가 그 재산을 자기 명의로 가져가는 행위는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특별대리인 없이 했다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이해상반행위를 무효로 본 바 있습니다.
또한 등기부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이전이 적혀 있더라도, 그 바탕이 된 증여가 무효라면 소유권 이전의 효력은 처음부터 생기지 않습니다. 등기 말소 판결이 따로 있었는지만으로 증여세 과세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 사례처럼 증여행위 자체가 무효라면, 이를 전제로 한 증여세 연대납부의무자 지정은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등기 명의만으로 증여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먼저 유효한 증여가 있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참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5항 제2호, 민법 제921조 제1항, 대법원 1964. 8. 31. 선고 63다547 판결,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두2718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