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외곽의 다세대주택을 빌려 살던 김 씨는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으로 집을 비우게 됐고, 임대인 최 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 씨에게 방을 맡겼습니다. 이 씨가 머물던 중 부주의로 불이 나 집이 전소하자, 최 씨는 임차인인 김 씨에게 주택 시가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집에 불을 낸 사람은 전차인인데, 임차인인 김 씨도 임대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까요?
민법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넘기거나 다시 빌려줄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무단 전대가 있었다고 해서 임대차계약이 저절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동안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도 계속됩니다.
따라서 이 씨의 과실로 집이 전소되어 김 씨가 임대차 종료 때 집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면, 김 씨는 최 씨에게 주택 시가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김 씨는 화재를 낸 이 씨에게 그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판례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동안 임대인이 무단 전차인에게 불법점유를 이유로 차임 상당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무단 전대와 목적물 훼손에 따른 책임은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전대인의 과실로 집이 전소돼도 임차인의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참고: 「민법」제629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6다10323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