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살던 임차인 박 씨는 직장 발령으로 대전으로 이사해야 했지만, 세종시 새롬동 다가구주택의 임대인 최 씨가 보증금 8,50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아 이삿날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임대차가 끝난 뒤 박 씨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쳤고, 그제야 짐을 옮겼습니다. 며칠 뒤 최 씨는 보증금을 줄 테니 임차권등기를 먼저 말소하고 보증금은 동시에 주겠다고 했고, 박 씨는 중개사 이 대표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보증금을 아직 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대로 임차권등기를 먼저 말소하거나, 보증금과 동시에 말소해줘야 할까요?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등기 전에 이미 갖춘 권리도 유지되고, 등기 뒤에 이사 등으로 대항요건을 잃더라도 그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의무와,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해 둔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의무를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전하는 담보적 기능을 하므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이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합니다. 최 씨는 등기 말소를 보증금 지급의 선행 조건으로 요구할 수 없고, 박 씨는 보증금을 받은 뒤 등기를 말소하면 됩니다. 임대인이 말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증금 지급을 계속 미루면 지연손해금 문제가 추가로 생길 수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이 먼저, 임차권등기 말소는 그다음입니다.
참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