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도시 해온시에서 상가주택 2층을 3억 6천만 원에 매입해 살던 윤서진 씨는, 집보다 나중에 들어선 종합의료원과 낮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냅니다. 병원 쪽 쓰레기 보관실에서 냄새가 넘어오고, 영안실을 오가는 조객들의 울음소리와 시신 운구 장면까지 밤늦게 반복되자 서진 씨는 잠을 이루기 어려워졌습니다. 병원 시설팀장 최민호 씨에게 개선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집을 팔지 고민하던 서진 씨는 중개사 김 대표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시설에서 생기는 악취와 소음이라도, 이웃 주민은 계속 참아야 할까요?
민법은 토지 이용으로 생기는 매연·소음·진동 등으로 이웃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할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웃 토지의 통상적인 이용에 적당한 방해라면 일정 범위에서 참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행위의 제거를 청구하거나, 방해가 예상되는 경우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병원 영안실의 악취와 조객들의 곡성이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 시신이 일반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경우 이웃 주민에게 요구되는 참을 한도를 넘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병원이 공익시설이고 해당 지역의 용도에 맞더라도, 주택과 병원의 위치·건축 순서와 주변 여건, 병원이 생활방해를 줄일 수 있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서진 씨도 피해의 정도와 병원이 취할 수 있었던 완화조치 등을 살펴 방해의 예방이나 제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생활방해를 무조건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민법 제217조, 민법 제214조, 대법원 1974. 12. 24. 선고 68다1489 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5다1559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