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상가 건물에 의원을 열려는 의사 이도현은 비의료인 친구 정유진에게 개원자금 8,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계약서 제목을 ‘의료사업 투자약정서’라고 붙이고 수익 배분과 투자 기간을 적었지만, 정 씨는 담보를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의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이 씨가 “원금과 약정 수익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알렸고, 정 씨가 반환을 요구하자 투자금이 아니라 대여금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약서에는 투자라고 적혀 있는데, 정 씨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계약의 성격은 제목 하나만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의 표현과 내용, 계약을 맺은 경위와 목적, 담보 설정 여부, 당사자들의 행동 등을 함께 살펴 실제 의사를 판단합니다. 이 사안처럼 투자·수익 배분·투자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했고 담보도 설정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대여가 아닌 투자약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한 투자약정은 의료법의 강행규정에 어긋나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건넨 돈을 그대로 보유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정에 따른 대여금이나 투자금 반환 청구와는 별개로, 돈을 받은 쪽은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을 돌려줘야 하므로 이미 지급한 수익금이 있다면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여도 반환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받은 수익금을 뺀 금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따져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37813 판결,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판결(사안은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 제66조 제3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1항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