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의 임야에서 최민호 씨는 2000년부터 조부의 묘를 관리해 왔고, 그 묘에 관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상태입니다. 2024년 임야를 매수한 윤태식 씨는 주변을 임대 경작지로 쓰겠다며 봉분 가까이에 옹벽과 철망을 설치하고, 묘소 주변 공간을 거의 남기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제사 때 오갈 길마저 막힐 상황이라 최 씨는 이장할 형편이 안 된다며 걱정했고, 임대 경작지 중개를 의뢰받아 현장을 찾은 한소라 중개사도 두 사람의 다툼을 마주했습니다.
봉분만 남기고 주변 공간을 막아도 괜찮을까요?
분묘기지권은 봉분이 놓인 자리만이 아니라,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주변 공간에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범위가 언제나 일정한 면적이나 봉분 둘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지형과 주변 여건 등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 정해야 합니다. 무덤 뒤에 사성(무덤 뒤를 반달형으로 둘러쌓은 둔덕)이 있다고 해서 그 부분이 반드시 권리 범위에 포함되는 것도 아닙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묘지 종류에 따라 분묘와 시설물의 설치구역 면적을 제한하지만, 법 시행 전에 설치되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분묘의 권리 범위가 그 제한면적으로 자동 축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급심에서 분묘 1기당 30㎡를 인정한 사례는 있지만, 모든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고정 기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옹벽·철망 설치로 제사와 분묘 수호에 필요한 공간까지 사실상 쓸 수 없게 된다면, 토지 소유자의 주장이 정당한지는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분묘기지권에 새 분묘를 설치하거나 기존 분묘를 다른 곳으로 옮길 권리까지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결론은 봉분만 남기는 것으로 충분한지가 아니라, 제사와 수호에 필요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84423 판결,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29086, 29093 판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2항, 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다1553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7. 8. 선고 2004나80900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68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