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의 다세대주택을 빌린 임차인 정우 씨는 직장을 옮기며 집을 비우고, 집 전체를 직장 동료 민석 씨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넘겼습니다. 임대인 강 씨는 전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동의한 적이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계약 만료까지 몇 달 남았는데도 민석 씨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집 전체를 전대받았다면,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임대인에게 집을 돌려줘야 할까요?
민법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집을 전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서 집 전체를 동의 없이 전대한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임대인이 해지하고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임차인의 행동이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해지가 제한될 수 있고, 건물의 작은 부분만 전대한 경우에도 민법 제632조에 따라 무단전대를 이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판례는 임차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임차인과 부부로 함께 살며 가구점을 운영한 사정을 특별한 사정으로 본 바 있습니다. 이 사례의 민석 씨처럼 집 전체를 넘겨받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사정이 같은지 따져야 하며,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점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대 동의가 없으면 계약기간보다 ‘해지 사유와 예외 사정’이 먼저 문제됩니다.
참고: 민법 제629조, 민법 제632조,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530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