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오태훈 씨는 사업 자금으로 한지우 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채 변제기를 넘겼습니다. 반년 전 오 씨는 여동생 오세린 씨와 매매예약을 맺고 아파트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 가등기를 해주었고, 그보다 먼저 설정돼 있던 근저당권은 가등기 후 말소됐습니다. 지우 씨는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하고, 유일한 부동산에 설정된 가등기를 없앨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나중에 말소된 경우에도 매매예약을 취소하고 가등기 말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면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도 채무자의 공동담보를 줄인다면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해행위로 이뤄진 가등기의 원상회복은 매매예약을 취소하고 가등기를 말소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가등기 후 선순위 저당권이 말소됐거나, 가등기가 실제로는 담보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원상회복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해행위가 성립하는지와 그 범위는 행위 전후 채무자의 공동담보가 실제로 줄었는지 따져야 합니다. 선순위 담보를 말소한 뒤 매매예약과 가등기를 한 경우에는, 판례가 제시한 유형상 부동산 시가에서 피담보채무를 뺀 잔액 범위에서 사해행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우 씨는 요건이 인정되는 경우 수익자인 세린 씨를 상대로 매매예약 취소와 가등기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이 가등기 뒤 말소됐다는 사정만으로 말소 청구 방식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해행위 성립 여부는 채권액뿐 아니라 아파트의 가치와 담보채무 등 구체적인 재산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406조 제1항;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72169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43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