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는 1993년 충북 솔내군의 작은 밭을 사기로 하고, 여동생 수진과 상의해 매수인 명의를 수진으로 바꾸었습니다. 매도인 강 씨는 남매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모른 채 매매대금을 민수에게 모두 받고, 1994년 수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때부터 민수는 밭을 넘겨받아 계속 경작하고 관리했고, 2025년에도 밭을 돌보고 있습니다.
등기명의는 수진에게 있어도, 민수가 20년 넘게 점유했다는 이유로 수진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245조 제1항은 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등기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취득시효가 원시취득이라는 점에서, 시효취득 대상이 반드시 타인 소유 부동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한때 자기 소유였던 부동산이라는 사정만으로 취득시효가 언제나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민수가 수진 앞으로 등기되기 전부터 밭을 점유한 기간을 그대로 시효기간에 넣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자기 소유 부동산을 점유하던 중 다른 사람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경우, 판례는 그 소유권 변동 시점부터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례처럼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을 몰랐던 계약명의신탁으로 수진 앞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경우라면, 민수는 등기 이후의 점유기간을 따져 수진을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실명전환 유예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이미 이어진 점유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례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기간 점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승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수가 실제로 밭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는지, 그리고 그 점유가 등기 이후 20년간 이어졌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정한 토지 일부나 상속으로 자기 소유가 된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 등은 별도 판단이 필요하므로, 이 사안과 구별해 살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245조 제1항,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9312 판결, 수원지법 2009. 10. 28. 선고 2008나20123 판결,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17572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다83632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7898 판결, 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2657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