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외곽의 포장재 공장에서 불이 나 기계와 건물이 크게 손상됐습니다. 공장 운영사 다온식품은 가람손해보험의 화재보험금청구권을 대출업체 새길캐피탈에 질권으로 제공했고, 보험사도 이를 승낙했습니다. 가람손해보험은 손해사정 자료를 바탕으로 보험금 1억 2천만 원을 새길캐피탈에 지급했고, 업체는 이를 대출금에 충당했지만, 뒤늦게 약관상 면책 사유가 확인돼 보험사는 새길캐피탈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험금청구권에 질권을 설정받아 대출금에 충당한 업체도 보험사에 보험금을 반환해야 할까요?
질권자가 질권의 대상인 금전채권을 직접 받아 자기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면, 그 범위에서는 채무자가 질권자에게 갚은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보험사가 질권자에게 지급한 돈은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급부인 동시에 보험계약자와 질권자 사이의 급부로도 취급됩니다.
따라서 보험금청구권이 계약상 면책 사유 등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험사는 돈을 받은 질권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계약 상대방인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반환을 구해야 합니다. 질권자에게 직접 청구하도록 하면 보험사가 자기 계약에서 생긴 위험을 제3자인 질권자에게 넘기는 결과가 되고, 질권자의 항변권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권자가 자기 대출금에 충당한 보험금이라면, 보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에게 직접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6.7.13.선고 2005다60420판결,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 민법 제353조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