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임차인 이수진 씨는 어느 새벽 거실 벽에서 번진 불로 집 안을 크게 태웠습니다. 감식 결과, 불은 임대인 오태호 씨가 리모델링 때 설치한 벽체 매립 전선의 절연 불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개사 김 대표가 현장을 찾았을 때, 이 씨는 그을린 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 씨는 감식 결과서를 손에 든 채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임대인이 설치한 건물 내부 전선의 하자로 집이 불탔다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임대인은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건물 구조의 일부인 전기배선이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있고 그 하자로 화재가 났다면, 그 배선을 보수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그 화재로 집을 돌려줄 수 없게 된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묻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배선 공사를 임차인이 직접 했거나, 배선의 이상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실제 관리도 임차인의 영역에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임대인 측이 설치한 벽 속 배선의 하자가 원인이라면, 통상 임차인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51013 판결
화재 책임은 불이 난 장소만이 아니라, 원인 설비를 누가 지배·관리했는지에 따라 가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