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완산구의 다가구주택에 사는 이수진 씨는 보증금 1억 3천만 원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입주한 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받았습니다. 집주인 정태호 씨가 대출을 받으려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자, 이 씨는 은행의 담보 조사 과정에서 이 집에 임차인이 없고 보증금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인서에 인감증명서를 붙여 제출했습니다. 몇 해 뒤 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이 씨는 매수인에게 임차권을 주장하고 배당도 요구하려 합니다.
은행에 임대차와 보증금 권리를 부인하는 확인서를 냈다면, 경매 뒤에는 이를 번복해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담보권자가 건물의 담보가치를 조사할 때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보증금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내준 경우, 나중에 경매에서 임대차의 존재와 우선변제권을 내세워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 및 신의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담보권자가 확인서 내용을 믿고 판단했는데 임차인이 뒤늦게 정반대 주장을 하는 상황을 제한하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이수진 씨도 확인서를 작성한 경위와 내용 등을 살펴야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번복해 매수인에게 대항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담보 조사 때 제출한 확인서는 경매 이후의 권리 주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참고: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221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