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복대동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임차인 서 씨는 계약 만료 6개월 전, 직장 이동을 앞두고 임대인 윤 씨에게 구두로 이사하겠다고 알리며 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발령이 취소된 뒤 서 씨는 반환을 더 독촉하지 않고 계속 거주했고, 만료일까지 새집이나 이삿짐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이 끝난 지 닷새째, 윤 씨가 현관 앞에서 퇴거를 요구하자 서 씨는 중개사 한 실장에게 급히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초기에 이사하겠다고 알렸더라도, 계속 거주한 사정이 있으면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임대인이 법정 기간에 갱신을 거절하거나 조건 변경을 알리지 않고, 임차인도 만료 1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리지 않으면 임대차는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갱신된 것으로 봅니다. 갱신된 계약의 기간은 2년으로 보며,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지만 해지 효력은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발생합니다. 이 해지권은 임차인에게 주어진 것이므로 임대인이 갱신된 계약을 같은 방식으로 일방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기간 중 임차인이 한 조기 퇴거 통보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임차인에게 중도 해지권이 없고 임대인도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통보는 해지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 그 통보에 만료 시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뜻이 담겼는지, 이후 행동으로 그 뜻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주변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대법원은 만료 6개월 전 해지 통보가 있었더라도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고, 보증금 반환을 서면으로 재촉하거나 새 임차인을 구하려 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 갱신거절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철회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 씨처럼 임대인의 동의 없이 계속 살면서 만료 전후로 별다른 퇴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묵시적 갱신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통보의 내용과 이후의 행동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합니다.
서 씨는 곧바로 집을 비우기보다 묵시적 갱신이 성립했는지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참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민법 제543조; 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0다37098 판결